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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_경향신문 - 차별의 존재 부정 말고 여성가족부를 허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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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출처 :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204240904001

입력 : 2022.04.24 09:04  김서영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 단 일곱 글자로 던진 화두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정부 예산 0.2%에 불과한, 작디작은 부서 여가부는 선거판이 돌아올 때마다 정치인의 입길에 오르내린다. 때로는 청년층 공략으로, 때로는 전체 부처 개편의 일환으로 모습은 달리했지만 본질은 같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여가부 폐지론은 역시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계산을 타고 등장했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 등의 발언으로 해체를 공약했다.

해체론은 당분간 후순위로 미뤄졌다. 윤 당선인은 해체 공약을 철회하지 않은 상태로 여가부 장관을 내정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이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의식한, 또다시 정치적 판단의 결과다. 정치판에 오래 끌려나와 있을수록 여가부가 흔들리는 폭도 커진다. 부처가 흔들리면 부처 사업과 연관된 이들의 삶도 불안정해진다. 여가부 본연의 가치인 성평등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젠더갈등’이라는 편협하면서도 손쉬운 프레임에 틈만 나면 갇혀버린다.

대선은 끝났다. ‘표 계산’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여가부의 소명은 무엇이고, 그 소명을 다하기 위해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답을 내놓을 차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란 일곱 글자 공약을 올렸다.

 

■일곱 글자의 가벼움

차별의 존재를 부정한다고 해서 차별이 일거에 해소되는 건 아니다. 차별을 ‘모른다’고 차별이 ‘없다’ 말해서도 안 된다. ‘한국이 조작할 여지가 없는’ 국제 통계는 윤석열 당선인의 인식과 정확히 반대를 가리킨다. 젠더개발지수(GDI) 36개 OECD 회원국 중 35위(2019), 성별임금격차 지수(31.5%) 26년 연속 OECD 최고(2020), 유리천장지수 10년 연속 OECD 꼴찌, 성격차지수(GGI) 156개국 중 102위(2021)가 한국의 현주소다. 주로 고용과 경제영역에서 성불평등이 큰 탓이다.

 

여성부(여성가족부 전신)의 당초 소명은 ‘여성 차별과 폭력 철폐’였다. 여성부를 만든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10년 자서전에서 “역설이지만 여성부는 ‘여성부가 없어지는 그날’을 위해 일하는 부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작부터가 소멸을 지향하는 부서란 뜻으로, 거꾸로 보면 이 말은 성평등이 이룩되지 않는 한 여성부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의 194개 국가가 성평등 전담 기관을 보유 중이다(2020년 기준). 독립부처(부/청) 형태가 160개국으로 가장 많고, 하부조직형 13개국, 위원회형 17개국, 기타 비정부기구형이 4개국이다. 개중에는 소위 ‘성평등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들도 있다. 소명을 다하기, 즉 성평등을 완성하기가 그토록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여가부가 역사적 소임을 다했으니 해체한다”는 주장의 실체는 무엇인가. 김현미 연세대 교수는 ‘백래시(반동)’라고 짚었다. 그는 “불평등을 체감하는 방식이 다를 수는 있다. 문제는 누구의 관점에서 보느냐인데, ‘나와 똑같아지는 건 안 되지만 조금은 개선해주겠다’,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지지 않았느냐’라고 하는 게 바로 백래시”라고 말했다. 김현미 교수는 “항상 과거를 준거로 삼아야 하나. 정책은 과거를 준거로 만드는 게 아니다. (실제 차별을 겪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이수 상지대 교수는 이 공약이 ‘청년’정책으로 ‘공정’과 결부돼 나온 점에 주목했다. 과거에도 대선후보들이 여성부 폐지를 공약한 적 있고, 통일부나 교육부도 해체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지만 청년층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았다. 강 교수는 “과거엔 미니 부서인 여성부에 대한 일종의 무시였다면, 이번엔 청년세대가 남녀 공히 가지고 있는 불안을 정치권이 젠더갈등으로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20대 여성과 남성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은 크게 다르지 않고, 일과 관련된 생애 전망을 추구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이를 갈라치는 건 과연 청년들이 처한 객관적 상황을 제대로 보고 내놓은 정책인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위원회·기능 이관은 ‘실패한’ 경험

여가부가 바로 그 ‘소명’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가부 20주년을 맞아 지난해 발간한 연구보고서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 강화를 위한 법제 정비 방안’ 속 전문가 델파이 조사결과에 힌트가 있다. 델파이 조사는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발전시키는 연구 방법이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 비해 응답자가 성평등 정책의 맥락과 정부 직제를 잘 알고 있다는 이점이 있다.

연구에 응한 교수, 연구원, 성평등 업무 담당 공무원, 여성단체 활동가 등은 여가부가 성별 영향평가, 성인지 예산 등 성 주류화(타 부처 정책에도 성평등의 관점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를 위한 정책도구를 제도화한 점을 주요 성과로 봤다. 한계점으로는 여가부의 권한이 제한적이고 위상이 취약하며, 성차별 시정기능이 부재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들은 여가부 명칭을 개편할 때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단어로 ‘성평등’을 주로 언급했으며, 대안으로서 여가부 기능 강화·예산 확대가 대통령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장관직의 부총리급 격상보다 더 시급하다고 봤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위원회 안은 위원회의 권한과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의결기구와 자문기구 중 무엇으로 할지부터 실제 행정을 하지 않는 조직인 위원회에 대통령이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까지 변수가 많다. 위원회가 ‘상징적 기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무총리실 소속 양성평등위원회(자문기구)를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지만, 회의를 일년에 평균 두차례 정도 여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도 서면으로 진행할 때가 많다. 역사를 돌아보면 여성부 자체가 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도입된 체제다. 전직 장관 A씨는 “과거 여성특별위원회를 해봤지만 결국 부처 형태로 가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여성부를 만들었다. 위원회 체제는 이미 다 해봤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식의 폐지 혹은 개편인가도 관건이다. 여가부 해체론을 뒷받침하는 전형적인 주장은, 아동·청소년·가족 관련 기능은 보건복지부에, 여성 고용 문제는 고용노동부에 넘기면 된다고 한다. 이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시행착오를 겪었던 방안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부를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한 이후,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여기서 보육과 가족정책을 다시 떼어내 보건복지가족부로 이관하고 여성가족부를 여성부로 축소했다. 2010년 다시 가족·청소년 정책을 여성가족부로 되돌렸다. 가족정책과 여성정책이 따로 노는 문제, 다문화 가족 등에 대처하고자 한 조치였다. 현재 여가부는 2실·2국·3관·1대변인·26과·1팀으로 구성되며 정원은 275명이다. 기능별 예산을 보면 ‘여성’보다는 ‘가족’에 방점이 찍힌다. 2021년 기준 가족정책(59.7%)과 청소년정책(19.3%)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권익증진(9.9%)과 여성정책(7.1%)이 뒤를 이었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2021).

 

차별의 존재 부정 말고 여성가족부를 허하라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다

무엇보다 전체를 부분의 단순한 합으로 봐서는 안 된다. 유관 기능이 한 부처 안에 모여 있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삶이 여가부 사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들은 여가부를 쪼갤 경우 지원 기능의 약화를 우려한다. 구본창 ‘양육비안주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사이트 대표는 “여가부가 일을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예산이나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한계를 보인 측면도 많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대표적”이라며 “다른 부서는 가정의 특수성, 아동과 여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가 쉽기 때문에 여가부가 더 기능을 확장하고 이런 문제를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성폭력 피해자라고 밝힌 이모씨 또한 지난 4월 16일 열린 여가부 폐지 반대 말하기 대회에서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할 때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여가부의 상담소였다. 고통받는 여성의 삶을 회복시켜주는 섬세한 곳”이라며 “여가부 폐지 공약은 많은 피해자의 용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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