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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기스 플랜(2017년)-by 오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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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7-06-07 14:53 조회2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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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한 계획은 있다? 없다?

 

레베카 밀러 감독의 영화 <매기스플랜>에는 불륜과 이혼, 재결합 등 막장 드라마의 주요 소재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여성감독 특유의 재치있는 명대사와 배우들의 명연기, 여성 특유의 관점으로 이 영화를 이끌어 간다. 여주인공 매기 역의 그레타 거윅의 의상처럼 촌스럽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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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정을 계획하고 거사(?)를 치루는 바로 그 순간, 뜻하지 않는 유부남 존(에단 호크)의 방문으로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유부남 존과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몇 년 후 남편을 전처에게 되돌려 보내기까지 매기는 여성으로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운다. 단단하고 긍정적인 매기의 삶의 방식은 한부모로 사는 나에게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매기는 편모슬하에서 아주 강인하게 자랐으며 16세 이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함께 살지 않았던 아버지와 계모와 살게 되는 소위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게 된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싶지만 ‘전통적인 방식’은 거부한 채 수학을 전공한 한 남성의 정자로 인공수정 계획을 세우는 약간은 독특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유부남 존과의 결혼은 곧 존의 원가정이 해체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처인 조젯(줄리안 무어)은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으로 남은 아이 둘과의 삶을 잘 이어간다. 그리고 몇 년 후 이기적인 남자 존은 매기와 이룬 새가정에서 본심을 드러내고 모든 살림과 육아를 매기에게 맡기며 결혼생활을 즐긴다. 지친 매기는 마침내 남편의 반품계획을 세우게 된다.

 

매기의 캐릭터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런 것이다. 여성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없는 한국의 싱글맘의 한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매기는 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해야 하고 아이를 낳으면 이혼의 명패를 달고 싶지 않아 참고 사는 운명론자의 인생이 유독 많은 대한민국. 만약 이혼을 하거나 남편 없이 아이를 키우고자 결심을 한다 해도 한국의 싱글맘에게는 가난과 편견이 늘 따라다닌다. 또한 서로의 입 냄새를 확인해주며 본인의 정자는 정자은행에 잘 보관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함께 유모차를 끌 수 있는 남자친구도 없을 뿐더러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에게 안전한 직장은 더더욱 허락되지 않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기의 하루는 바쁘기만 하다. 맞벌이하며 독박육아에 전처의 아이들까지 돌봐야 하는 매기, 여성의 지친 삶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던 그녀가 완전한 계획을 주도하는 캐릭터로 변신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그녀의 종교인 퀘이커교의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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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기와 퀘이커교

 

성서와 교리를 중요시 하지 않는 퀘이커교는 ‘내면의 빛’을 중시 여긴다. 형식 없이도 하나님을 내적으로 깨달을 수 있으며 기도하는 그 곳이 바로 예배처소가 되어 침묵과 명상으로 예배를 드린다. 성직자의 권위는 없지만 노예제 철폐, 여성들의 권리 신장, 사형제도 폐지 등 굵직굵직한 사회개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린피스, 국제엠네스티, 옥스팜 등 사회운동단체를 싹트게 한 저력도 가지고 있는 퀘이커교가 바로 매기의 엄마와 그녀의 종교였던 것이다.

 

매기가 결혼에 대한 형식과 결혼생활에 대한 정형화를 무시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종교적인 영향이 아닐까 한다. 매기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참으로 잘 구분해 내는 말하자면 본인이 본인의 삶을 계획하고 본인이 이뤄내려 애를 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아이러니는 매기의 딸 릴리의 아빠는 과연 누구일까 라는 호기심으로 이 영화를 몰고 간다. 수학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이는 매기의 딸은 극중 반전을 예상시키며 “모든 일을 망쳐버렸어”라는 매기의 대사처럼 운명은 거스를 수 없다는 ‘쉬운 결론’을 내리 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를 언뜻 보기에는 여성의 주도적 임신과 결혼거부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아이는 ‘하늘이 주신 것’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소극적 운명론자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내내 나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아이를 위해서만 살아야 하는 여성의 삶 또는 아이 때문에 불합리한 결혼 제도 안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기는 소극적 운명론자일까? 매기 또한 모성애로 가득 찬 여성으로 그려지며 매기와 딸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그 어느 scene보다 아름답다. 그리고 ‘모든 것을 망쳐 버렸어’ 라는 매기의 말에 아이는 ‘잊어버려’ 라고 답을 한다. 아이와 엄마는 영화 속에서 완벽한 결합이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나의 책임감 때문에 대부분의 엄마들은 나를 잊고 때론 나를 망가트리며 살아야 했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나와의 삶이지 아이만을 위한 희생적 삶은 쉽게 무너져 버린다. 그리고 세상에 남겨 진 아이와 엄마는 가장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엄마와 아이로 남겨진 매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공간을 허락하는 것이다. 가족이라 할지라도 비눗방울 같은 투명한 공간을 보장해주는 한 우리는 새로운 운명을 계획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할 수 없는 일은...잊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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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기의 비눗방울

 

비눗방울은 때론 금방 터져버리는 나약한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눗방울은 큰 충격이 없는 한 안과 밖을 분리해 주는 하나의 완벽한 독립체다. 매기는 말한다. “엄마도 아빠도 그리고 너도 자기 비눗방울 속에 있어”라고. 현실 속 비눗방울은 금새 터져 버리지만 우리가 하나의 인격체로 비눗방울과 같이 완벽하고 평등한 존재라면 비눗방울이라는 공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그리고 서로의 존재를 비눗방울처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너와 내가 아내와 남편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거나 아이와 엄마가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욱 좋다. 함께 있지만 언제라도 분리될 수 있는 존중받는 개별인격체라면 우리는 지금 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영원한 관계는 없다. 그 어떤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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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에게 정자를 기증한 남자 피클맨(트래비스 핌멜)에게 묻는다. 왜 수학자가 되지 않았는지를 그리고 그는 대답한다.

“누구나 수학의 옷깃만 만져도 그 아름다움을 느낄꺼야. 난 옷깃으로 충분했어...좌절감을 감당할 수 없었거든. 전체를 볼 방법이 없으니깐. 늘 전체의 일부만 어렴풋이 볼 뿐이지. 평생 진리의 조각만 찾아다니는 삶이잖아.”

내가 아는 것이 진리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삶을 내 가족이라 하더라도 강요하지 않는다면 우린 좀 더 나은 개인이 되고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관계 안에서 좀 더 오랜 지속성이 있는 것을 ‘가족’이라 부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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