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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한부모의 마음풍경⑦]세월호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에 흘린 참회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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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4-06 11:51 조회7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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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광화문의 세월호 텐트를 무심히 지나쳤다. 저런다고 무언가 달라지기라도 한 것일까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대로 믿어왔고 세월호를 인양하는 것이 혈세 낭비 같기도 했다. 이미 떠나간 아이들을 수습한다고 달라질까? 아이를 잃은 슬픔이 어떤 건지 아이를 기르고 있는 입장에서도 공감하지 못했다.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이 끝까지 투쟁하는 모습에 나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해도 청와대 앞에서, 눈길조차 주지 않은 일부 국회의원들 앞에 나는 온몸을 엎드릴 수 있을지. 아이들이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시신이라도 찾기를 바라는 절망적인 희망으로 바뀐 미수습자 가족들을 보며, 내가 그들이라면 시신을 찾는다 해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는 순간 참회의 눈물이 흘렀다. 난 정말 사람들과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구나,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전혀 알려고도, 소통하려고도 하지 않는 불통의 인간이었구나,하고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괴로웠다.

지난해 한국미혼모협회에서 하는 미혼모인식개선 사업인 ‘휴먼 라이브러리’라는 프로그램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서울·경기권에 있는 사회복지학과 학생들과 만나서 이름 그대로 내가 한권의 책이 되어 미혼모가 된 삶의 대해 이야기하고,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기회를 가졌다. 처음 미혼모를 만나는 학생들은 다들 의아해 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세션이 끝난 후, 학생들의 태도와 그들의 생각과 시선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한 학생은 친구 중 아이를 혼자 키우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좀 더 이해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전국을 돌면서 간담회를 해왔다. 간담회를 할 수 밖엔 없었던 것은 아무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향해 투쟁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밖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게 아닐까. 

 

나는 우리의 감정체감온도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과연 내 삶 이외에 체험해보지 못한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 능력이 어느 정도 될까. 타인이 느끼는 죽음과 같은 아픔에 나는 얼마나 아파할 수 있을까. 예전 눈이 나쁘고 반신마비인 장애인인 20대 중반 남자를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내 전화번호 물어보는 것에 대해 우물쭈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내가 그 친구 핸드폰에 내 번호를 찍어주고, 서로 페이스북 친구를 맺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했다. 장애가 있는 그 친구는 내가 혹시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할까봐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나는 그 당시 그의 그런 태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신체적인 장애보다 더 심각한 장애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마음의 장애가 아닐까. 나의 이기심, 세상의 편견과 미디어의 자극적 내용, 시장만능주의로 인한 인간의 상품화 등이 내 마음을 장애로 물들인 건 아닌지.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생명들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나는 왜 그동안 광화문 그 자리에 항상 있을 것만 같은 이순신 동상처럼 무심히 지나쳤는가, 내 감정체감온도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이번 글의 필자인 임은정(35)씨는 현재 딸(5)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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