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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한부모의 마음풍경⑤]남편의 죽음 후 위암선고 받고 했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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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3-23 11:29 조회7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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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죽어야지, 우린 살만큼 살아서 괜찮다, 너희들은 건강해라” 드라마에서 어르신들이 내뱉는 레퍼토리다. 이 말을 나도 최근에 부모님께 듣게 됐다. “나 더 살고 싶어”, “이제는 힘이 없어, 나 혼자는 힘드니 누군가 나 좀 도와줘”라는 말로 듣게 되었다.

나도 간절히 기도할 때가 있었다. 7년 전 위암 진단을 받았다. “저 5년만 살게 해주세요. 수빈이가 20살 되어야 가죠! 조금만 기다리셨다가 데려 가세요” 하며 떼를 쓰고 눈물 가득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위암 진단은 만4년 동안 췌장암 투병생활을 한 남편을 하늘로 보내고 새로운 곳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청천병력 같은 소식이었다. 아빠도 없는데 나마저 병에 걸리면 아이들은 어쩌나 한부모로서 절망감은 더 컸다.

고2, 중2 아이들에게 어떻게 얘기를 할지를 고민하던 중 딸은 내가 컴퓨터에 앉아 검색을 많이 하는 것과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유난히 많은 위암검색 검색창을 보고 알아버렸다. 그날 아이들과 난 서로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던지...

10일간 간병인을 모셔놓고 수술을 했다. 위전절제로 먹는 것이 힘들었고 항암으로 힘도 없고 걷는 것도 서있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체력은 없었다. 날마다 먹고, 자고 공원산책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렇게 6개월을 집에서 혼자 투병을 하다 요양원을 찾아냈다.

조심스레 전화기를 들고 “제가 갈 수가 없는데 데리러 오실 수 있으세요?” 아픈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아온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했고 가슴이 아팠다. 아이들과는 저녁에 인사를 하고 집 앞으로 오신 분과 가방하나 달랑 들고 80살 노인이 걷는 걸음걸이로 따라 나섰다. 밥하는 것에서 벗어나 해주는 대로 먹고 산책하는 편한 생활이 이어졌다. 자는 것은 집이나 똑같았지만 걱정과 두려웠던 맘이 편리한 환경과 환우들의 격려로 적응을 잘 했다.

10개월의 요양원 생활은 아프고 힘들었지만 점점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변화되는 시기였다. 그동안의 나는 한부모로서 앞만 보고, 미래 걱정이 많았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돌아보며 몸이 건강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루를 살아도 재미나게 웃으면서 사는 것이 행복임을 깨닫게 되었다. 욕심을 버리자 조금 남아있던 교만도 버리자,라고 생각이 바뀌면서 생활이 즐거워졌다. 나무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무지했던 내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더 느끼고 풀 한포기의 생명력을 알아가게 됐다. 

 

요양원생활 중 원예치료사 교육이 있는 것을 우연히 보고 신청했다. 수업이 있는 날은 항암 중에도 1시간 30분차를 타고 오가면서 이론을 배우고 식물 화분 식재, 꽃꽂이 등을 하면서 자연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주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기쁨의 시간들을 보냈다.

항암이 끝나갈 즈음 같은 병실에 있던 환우분이 한마디 하신다. “처음 왔을 때는 힘도 없고 먹는 것도 못 먹어서 막 수술하고 와서 저러나 했는데 이제는 좋아져서 보기 좋다”라고 했다. 6개월이 지나서 갔는데도 막 수술한 것처럼 보였다고.

풀 한 포기가 새싹으로 세상에 나와 밟히고 밟혀도 또 일어나 살아가는 모습을 내가 아프고 나서야 ‘그들도 힘겹게 살아가는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나를 만들어 가야겠구나를 알게 한 소중한 요양원 생활이었다.

지금의 나는 하루 눈을 뜨고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누구와 경쟁도 없고 쟁취하려는 욕심도 없다. 그리고 느지막이 우쿨렐레, 드로잉, 외국어 등 배우고 싶은 것들도 참 많다.

5년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는데 7년째 살고 있다. 80살이 평균 수명이라고 하지만 나에게 삶은 덤이다. 좀 더 일찍 간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도록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열심히 살고 있다. 오늘도 난 일을 마치고 취미활동으로 드럼치고 탁구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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