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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한부모의 마음풍경③] 나는 생계형 기간제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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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3-23 11:17 조회4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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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뭐하세요?” 8년 전 교직에 몸담고자 마음을 먹고 면접 자리에서 처음 받은 질문이다. 순간, 내 몸은 얼어붙었다. 남편의 죽음이 익숙해지지 않았을 때이기도 했고 교사가 되기 위한 자리에서 남편의 직업을 묻는 것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 때, 조심스럽게 남편의 부재를 알렸지만 교장선생님은 왜 돌아가셨는지, 언제 돌아가셨는지만 질문하셨다. 정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내 업무 능력이나 교사로서 임하는 각오, 자질에 대한 것들보다 나이 28살에 남편이 죽어서 아들을 혼자 키우는 내 개인사가 훨씬 궁금한 모양이었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지옥 같은 시간은 종종 되돌아온다. 이틀 전, 재임용이 실패해 다른 학교에 면접을 보게 됐다. 중학교의 한 교장은 나의 가족관계를 질문했다. 남편의 부재에 대해 자세히 묻지는 않으셨지만 아이를 친정엄마가 돌보신다는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셨다. 또 다른 학교 교감은 내가 미혼인지 기혼인지 물었다. 사별을 사실을 알고는 안타까워하셨지만 채용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한부모이다. 혼자 아이를 키우다보니 관리자가 보기에 마음껏 부릴 수 없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다. 늦은 시간까지 야근 할 수 없고 아이의 문제로 조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견 때문인지도 모른다. 교사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반듯한 사람,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살아야하는 보통의 사람, 모범적인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을 보통의 사람, 정상적인 사람으로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고로 다른 교사들에게도 학생, 학부모에게도 가십거리가 되선 안 된다. 신분이 기간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정교사조차도 자신의 이혼을 숨기듯이, 기간제인 나는 나의 상황을 철저히 숨겨야했다. 그리고 정교사의 눈치를 보며 정상적이고자 노력해야했다. 나는 더욱 노력했다. 평범한 가정일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 더 헌신하고 성실하게 일했다. 어린 아이의 자는 모습을 보며 가장 먼저 학교에 출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기다리다 지친 아이는 이미 자고 있었다. 그렇게 햇수로 7년을 살았다. 

 

 

문득, 의미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오래 일하던 학교의 면접에서 떨어지는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부장님은 도움이 못되었다며 당신의 남편도 실직을 했다며 나를 위로했다. 너무 쉽게 실직을 얘기하는 모습이 슬펐다. 오늘을 벌어야 내일을 살 수 있는 나로서는 부장님의 위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조심스레 말씀드렸던 개인사가 여기서 발목 잡히는구나, 싶었다. 대상포진으로 고생하면서도 쉬지 못한 바보같은 나를 원망했다. 독감에 걸려도 근태로 혹시 재계약이 안 될까봐 조퇴도 못한 내가 싫었다. 내가 일을 멈추면 우리 가정은 돌아가지 않는다는 두려움일지도 모르지만 내게 일은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끈이다. 매일 집과 학교를 오가면 하루가 끝난다. 늦은 시간,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꿈도 못 꾸는 일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과의 시간이 가장 즐겁다. 오로지 ‘나’를 대면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생계형 기간제 교사다. 교사로서의 사명감으로 교단에 서고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고자 노력했다. 가르치던 학생들이 전국규모 대회에서 상을 받아 보람도 느꼈다. 그래서 더 학교에 헌신했는지 모른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이 누구보다 행복해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억울하지 않았고, 정규직보다 두세 배 많은 일을 해도 괜찮았다. 한부모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와 같은 처지의 학생들이 더 이해되고 그래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웃고 울 수 있었다. 교원능력개발평가 학부모와 학생의 평가점수는 5점 만점에 4.93점(평균 4.3) 이 점수는 나의 자부심이다. 물론, 교사평가에서 내 점수는 평균 이하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학생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부문이 수업과 교과전문성 점수지만 교사평가에서 가장 낮은 4.3점을 받았다. 나는 타교사들의 눈에 실력이 없는 교사이다. 기간제여서 불리했고 묵묵히 일해서 쉽게 보였으며 나는 한부모라는 약점을 가졌다. 단지 누군가의 대체품이었고 학교의 소모품이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다. 평등을 가르치는 학교 안에서는 더욱 평등해야한다. 능력과 자질로 사람을 평가하고 개인사가 아닌 그 교사의 사명감을 궁금해해야 한다.

나는 학연 지연 인맥 따위는 없는 생계형 기간제 교사이지만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 교사로서의 사명감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학생들의 칭찬에 기뻐하고 학부모들의 응원에 힘이 나는 그냥 평범한 교사다. 나는 보통의 교사이다. 학생을 가르치며 행복해하고 학교 안에서 능력의 최대치가 발휘되는 뼛속까지 교사이다. 오늘, '선생님이 쉽고 재밌게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가 마음을 울린다. '공부 뿐 아니라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문자가 나를 살게 한다.

어느 누가 나를 교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필자 윤자영 씨는 남편과 사별 후 아들(10)과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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